글 우연희
사진 우연희 임철민
교정 편집 임철민
그림 임철민
임철민, <뉴월드베이커리>, 60.6×72.7cm, 장지에 수묵, 2023
18세기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배가 고파 빵을 달라며 폭동을 일으킨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왕비의 무지와 함께 당시 왕실의 부패와 비리를 부풀려서 프랑스 혁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자 한 당대의 혁명 세력들의 근거 없는 낭설로 판명이 났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의 프랑스 시민들이 위 이야기를 듣고 대단히 화가 났었을 것이고, 저 또한 저런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혁명을 참지 못했을 것입니다. 빵에 죽고 빵에 사는 순정 빵순이의 부곡동 빵킷 리스트 지금 시작합니다.
약 20여년의 시간 동안 부곡동을 거쳐 간 수 많은 빵집들이 있었습니다. 로컬 빵집부터 프랜차이즈 빵집까지, 빵집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저는 자연의 법칙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강하기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에 강하다. 그리고 살아남은 빵집들 중 순정 빵순이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오늘의 빵킷 리스트는 ‘뉴월드베이커리’입니다.
‘뉴월드베이커리’는 오랜 시간 동안 굳건히 저의 사랑을 받아오는 부곡동의 로컬 빵집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 외출하신 어머니께선 집에 돌아오실 때 항상 빵을 사오셨고,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어머니의 귀가 시간 쯤 현관 앞에서 간절하게 기다리던 것이 생각납니다.
어머니는 이 빵집의 식빵을 특히 좋아하셨습니다. 당일 구운 신선한 식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잼을 발라 먹으면 더 좋으며, 가끔 실력을 발휘해서 만들어 주셨던 프렌치 토스트는 저를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한 번의 구입으로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어린 시절 빵집이 여전히 인생 빵집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집순이인 저에게 ‘뉴월드베이커리’는 하늘이 도운 빵세권을 선물 해 주었습니다. 집에 있다가 급성 빵 부족에 빠지게 되면 부담 없이 슬리퍼를 끌고 나가 빵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이 좋은 밀가루와 버터, 생크림을 사용하여 맛있는 빵을 만드시는 것은 저에겐 축복입니다.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질 좋은 빵을 공급해주는 ‘뉴월드베이커리’는 빵 계의 클래식인 단팥빵, 완두빵, 크림빵, 소보로빵, 식빵, 피자빵, 카스테라 등은 물론이고, 최신 유행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여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트렌디 한 빵순이의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좋은 품질에 착한 가격으로 인해 동네 편의점 들리듯 쿠키를 하나 사러 가도 옆에 있는 머핀을 담게 되고, 또 그 옆의 크림빵을 담게 되고, 또 그 옆의 카스테라를 담고.. 이렇게 홀리듯 빵이 트레이 가득 쌓이게 됩니다.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저는 이제 어른이고 제 양손엔 빵이 가득 하거든요.
혹시나 ‘뉴월드베이커리’를 방문하실 예비 내방객 분들을 위해 저의 기쁨을 조금 나누고자 합니다. 고소한 소보로가 올려져 있는 빵 위에 완두콩으로 만들어진 앙금과 얇게 잼과 생크림, 밤조림 가루와 팥앙금까지~ 올라가 있는 이 빵집의 베스트 셀러, 맘모스 빵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빵의 근본과 그 장점을 한데 모은 빵입니다. 크기도 크고 두께도 상당한 녀석으로 조심스럽게 조각 내어 한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달달이들의 조화로운 폭발이 일어납니다. 환상의 필 하모니를 즐기며 흰 우유를 한 입 하면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에 ‘뉴월드베이커리’의 맘모스 빵이 조금 일찍 등장만 했다면, 그 페어로서 흰 우유가 같이 있었다면, 우리는 이미 범 지구적인 평화와 전 인류의 화합을 이룩할 수 있었을 겁니다.
버터 향이 가득한 얇고 바삭한 쿠키 위에 슬라이스 된 아몬드와얹어져 있고 그 위에는 바삭함을 더 해 줄 설탕 시럽이 올려져 있는 아몬드 쿠키는 어떠실까요? 이 쿠키에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영화를 보며 아몬드 쿠키를 집어 먹다 보면 세상에!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20대 초반, 타지에서 보낸 대학 시절 초기에 이 쿠키가 눈앞에 아른거려 금단 증상에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가에 갈 때마다 가게에 있는 모든 쿠키를 털었고, 보관 기간이 길어서 자취방에 산더미처럼 쌓아놨던 추억이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하루가 힘들 때면 회사를 퇴근하자마자 바로 ‘뉴월드베이커리’에 전화를 걸어 은밀하게 재고를 확인합니다. 다른 빵집에서 대체재를 구하기 힘든 유니크한 쿠키입니다.
특별한 날에 우리는 홀 케이크를 통해 우리의 행복을 확인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한 날에 ‘뉴월드베이커리’의 생크림 초코 롤케익을 먹습니다. 촉촉한 초코 맛 가득한 시트 안에 생크림이 넉넉하게 들어간 생크림 초코 롤케익이 제 생일상에 없다면 제 삶은 의미를 잃습니다. 좋은 크림을 아낌없이 써서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생크림과 너무 달지 않게 포근이 보듬는 초코 시트와의 밸런스가 너무 완벽하기에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뉴월드베이커리’의 유일한 아쉬움은 매장 내에서 취식 할 공간이 테이블 하나라는 점입니다. 요즘 카페처럼 음료와 빵을 사서 함께 먹을 수도 없습니다. 대신 저는 동네 산책을 할 때면 매장에서 빵을 사 근처에 있는 성호공원에 갑니다. 공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지나가는 동네 이웃들을 구경하면서 사랑해 마지않는 빵을 먹으면 행복은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뉴월드베이커리에 방문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임철민, <뉴월드베이커리>, 60.6×72.7cm, 장지에 수묵, 2023
에디터가 방문 했을 때 기분으로 사장님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품목이 많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특히나 아몬드 쿠키와 생크림 초코 롤케이크를 먹어보지 못한게 아쉽네요. 특히나 다른 빵집에는 없는 이 곳만의 빵이 있어 즐거운 곳이였습니다. -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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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월드베이커리
주소 | 경기 안산시 상록구 부곡로 123
전화번호 | 031-416-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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