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신혜
사진 박신혜 임철민
그림 임철민
임철민, <수암마을전시관>, 45.5×53.0cm,장지에 수묵, 2023
2023년 초 겨울 햇살 좋은 날, 안산 ‘판화 4인’ 동료들과 함께 들렸던 수암마을전시관을 6월 초여름, 뜨거워져 가는 햇살을 느끼며 오랜 만에 집에 돌아온 딸과 다시 들렸다.
어쩜 이렇게 앙증스럽고 아름다운 공간일까...
작으마한 ‘수암마을전시관’은 수암 경로당을 리모델링해서 재탄생시킨 마을 전시관이라고 한다. 경로당 건물구조 그대로의 나지막한 천정과 작은 공간들, 리모델링 전 사용되었던 나무를 재활용했다는 반들반들한 나무계단을 오르면 안산행궁의 넓은 잔디와 400년 넘은 오래 된 느티나무를 품은 2층의 큰 창문이 모두를 낮은 탄성과 함께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게 한다. 늙은 느티나무는 여름의 푸름을 잔뜩 안고 넉넉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상좌_박신혜, <The Space_Ansan II>
상우_박신혜, <The Space_Ansan III>
하좌_박신혜, <The Space_Ansan V>
하우_박신혜, <The Space_Ansan IV>
한참을 바라다 보았다. 큰 창 앞 무심히 놓여있는 네 개의 나무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뒤따라 올라오신 해설사 선생님의 열정적 설명을 듣고 안산 고지도를 드려다 보며 다시 한 번 우리 조상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정감어린 표현은 지도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감탄 없이는 볼 수가 없다. (우연히 보게된 고지도에 반해 지난겨울 고지도를 이용해 4점의 판화작업을 했고, 안산진경 판화4인전에 전시했었는데 그 고지도를 수암마을전시관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던지 모른다)
수암마을전시관에는 또 안산이 고향이라는 신성희 작가의 너무나 맘에 드는 작품이 있다. 넓은 흰 공간에 오롯이 수암마을전시관의 작은 실루엣이 기가 막힌 공간을 연출한다.
수암마을전시관을 나와 (옛 안산군 안산읍성 관아터에 2010년 복원한) 안산객사 앞의 그 늙은 보호수 느티나무를 지나 안산객사를 옆에 끼고 낮으막한 모서리가 둥근 장방형을 띠는 형태를 가진 평산성 성벽 (벌판과 산을 이어 쌓은 성)을 따라 만들어진 둘레 길을 걸었다. 늘 서울가는 길 안산을 자동차로 벗어 날 때 마다 만나는 당당하고 멋있는 한 마리 거대한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수리봉이 바로 지척에 함께한다.
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해안으로 침입하던 왜구에 대비하여 (옛 안산군의 진산인 수암봉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은 형태로 축조된) 고려시대 후기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사용되었다는 성벽은 자연능선에 덧붙여서 한쪽면만 고른 편축식 석성으로 쌓인 것을 볼 수 있다. 성벽 위로 펼쳐진 수리산의 산세가 여름의 짙은 검은 초록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뜨거워져 가는 6월의 볕도 잊어버리고 성벽 윗길 따라 걸었다. 우린 가끔 내가 서 있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긴 세월 속에 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서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도심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임철민, <수암마을전시관>, 45.5×53.0cm,장지에 수묵, 2023
단아하게 잘 구성 된 곳이고, 전시장은 내용의 깊이가 있어 감탄이 나옵니다. 지역민들을 뭉치게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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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마을전시관
주소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원당골3길 34
운영시간 10:00 - 17:00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ㆍ추석 명절 연휴 휴관
-안산 객사 외부관람과 공원은 24시간
전화번호 031-481-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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