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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춈미

안산 가족의 외식을 책임지는 곳, 장수촌

제 고향 동네에는 오래된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호프집이였는데 부모님을 따라 고등학교 시절부터 다녔던 곳입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갔고, 나쁜 일 있을 때 갔고 부모님께서 조용히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 혹은 속상하셔서 어울려줄 술친구가 필요할 때 갔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온갖 이유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갔죠.


맥줏집은 가게 이름을 3번 바꿨지만 같은 사장님이 변함없는 메뉴로 거의 15년을 한 자리에서 맞이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범세계적 유행병의 영향으로 인해 결국 가게가 사라졌습니다. 종종 저희 집에서 가족과 이야기할 때면 그 헛헛함을 주제로 이야기하곤 하죠. 그리고 그곳에 얽혔던 우리 가족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다들 고향 집엔 이런 오래된 가게가 하나쯤은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선부동에 거주하시는 안산시민을 인터뷰했을 때입니다. 남자 인터뷰이셨는데 보통 남자분들은 말을 아끼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30~40분 정도로 예상한 인터뷰가 끝날 때쯤 불과 20분의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 질문인 ‘가족과 함께 외식하셔야 할 때 방문하시는 단골 음식점이 있으신지요?’라는 질문에서 오늘 소개드릴 <장수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무뚝뚝하다 느낄 정도로 사실만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시던 분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최근 따로 사시는 아드님이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같이 안산에 놀러 와 <장수촌>에서 가족 식사를 하셨다고 합니다. 누룽지 백숙을 파는 곳인데, 예전에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 합격, 연말 가족 모임 등 좋은 일이 있으면 꼭 이곳에 가서 식사하셨다고 합니다. 음식도 맛있고 안산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 덕분에 교외에 놀러 가는 느낌이 있어 좋다고 하셨습니다. 최근에는 두 분의 자제분이 바빠서 가족이 모두 모여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가끔 본가에 오실 때 그곳의 백숙을 먹고 싶다고 하시고, 포장해서 댁에서 드신다고 합니다. 또 가끔 자제분들께서 뜬금없이 연락해 <장수촌>의 음식을 포장 배달 해달라는-장수촌은 배달하지 않으니 인터뷰이인 안산 시민과 그 사모님이 배달을 담당 하신다 했습니다.- 뻔뻔한 주문을 한다며, 아주 뻔뻔하다며 호탕하게 웃으셨죠. 이 정도 이야기를 들으니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했습니다.

왜 <장수촌>은 이 가족의 단골 가게가 되었을까?



제가 <장수촌>을 방문한 시간은 평일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이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분이 식사하고 계셨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둘러보니 백숙이란 요리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룽지 백숙, 누룽지 오리백숙, 능이백숙 등등. 추천받은 누룽지 백숙을 주문하면서 아쉬움이 듭니다. 당시 두 명으로 방문을 해 양이 많을것 같아 미처 주문하지 못한 쟁반 막국수가 아직도 아른거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식사 중이신 옆 4인 테이블을 보니 백숙 하나, 쟁반 막국수 하나.. ‘다음에는 3명이 와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찬이 깔리는 것을 바라봅니다.


먼저 겉절이와 깍두기, 풋고추와 시원한 백김치가 깔립니다. 깍두기를 자르면서, 점점 커지는 기대감을 가지고 얌전히 기다리니 기다리던 누룽지 백숙이 도착합니다.



세상에! 첫 감상은 식사의 양이 엄청 많다였습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보기 좋게 갈라진 백숙, 커다란 뚝배기에 가득 담겨 나온 육수와 누룽지를 보면서, ‘와, 이건 무조건 맛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석구석 푹 익은 백숙을 조심스럽게 찢어 한입 먹어보니 아주 부드럽게 잘 삶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이나온 김치와 함께 먹어도 좋지만, 그냥 소금에 찍어 먹는 정직한 방법이 가장 완벽한 맛을 냅니다. 같이 나온 누룽지는 깊은 감칠맛과 함께 쫀득쫀득하여 먹는 내내 즐겁습니다. 누룽지는 겉절이와 함께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식사하면서 다시 한번 쟁반 막국수를 주문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백숙은 삼삼하게 맛있었어요. 이때 딱 자극적인 맛이 레프트 훅을 치며 들어온다면 정말 황홀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4인 가족 기준 누룽지 백숙과 함께 쟁반 막국수를 시킨다면 적절한 금액에 양도 적당하고 맛도 좋은 식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것입니다. 거기다 보통 이런 외식은 가족의 좋은 일로로 함께 올 것이라 분위기도 좋을 것이고 이 좋은 분위기를 귀가하는 길의 카페에서 마무리하기도 좋습니다. 오랜 기간 <장수촌>을 방문 했다면 이 곳이 그저 많은 식당 중 하나가 아니라 가족의 역사가 같이 있는 특별한 장소로 인식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장수촌>은 음식이 맛있으며 근처 분위기가 괜찮고, 4인 기준 가격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먼 곳에서 찾아올 만한 하냐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이 식당을 방문한 분들이 다시 이곳에서 누룽지 백숙을 드신다면, 그 백숙은 가족의 행복이 녹아있는 맛일 것입니다.


다음에는 쟁반 막국수를 주문 해야 하겠습니다.


에디터 춈미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56 - 신원철의 안산(선부동, 30여년 거주, 기업 운영)>,

장지에 수묵, 116.8×90.9cm, 2020.



채널 안산에 실린 그림·글·사진 등 모든 자료는 작가와 에디터에게 저작권이 있음으로 서면 동의 없이 어떤 경우에도 사용을 금합니다.


장수촌 누룽지백숙

주소: 경기 안산시 단원구 쑥개길 21-1

전화번호: 031-483-2314

운영시간: 매일 10:00-22:00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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