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집 주변에 있으면 '편세권'이라고 부른다. 24시간 운영을 하는 편의점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기쁨을 역세권에 비유한 단어다. 그리고 이제 직접 두부를 만드는 두부 가게가 집 주변에 있다면? 그리고 이곳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꿈에 나올 정도라면? '두세권'이라 불러도 충분 할 것이다.
월피동에 위치한 '두부공장'은 월피동 주민들과 서울 예대 학생들은 모두 알고 있는 오래된 맛집이다. 복잡하고, 레트로한 실내 인테리어를 자랑하지만, 음식점은 맛만 좋으면 된다는 사실을 몸소 알려주는 곳이다.
정겨운 소품들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다만 소품들의 컨셉이 너무 다양해서 당황 할 수도 있으니 주의 하시라.
과감한 개나리 빛 벽과 이 곳을 방문했던 분들의 낙서가 한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공장장님(이 곳은 사장님을 공장장이라 부른다.)의 삶을 같이했던 오래된 가게, 함께 이곳을 스쳤던 우리의 삶이 교차하는 현장에서 먹는 두부는 어떤 맛일까?
오래된 메뉴판을 조심히 넘겼다.
해물파전, 해물김치전, 두부와 김치, 비지전, 그리고 두부공장 모듬
공간에 담긴 시간을 되짚어 보며,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막걸리를 한, 두병 비운 대학생들의 흥겨운 재잘거림을 들으며 이런저런 감상을 가지고 있으니 주문 한 음식이 나왔다.
주문한 음식은 두부공장 모듬이고, 두부공장의 대표,인기 메뉴라는 설명에 이를 주문 할 수 밖에 없었다. 두부와 볶은 김치, 고기말이, 볶은 버섯은, 비지전, 미역국이 나왔다. 각각의 음식은 그대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두부와 김치, 버섯을 상추에 싸 먹어도 좋다고 한다.
'두부공장'이라 이름 붙이신 공장장님의 자신감으로 인해 기대했던 두부를 먼저 먹었다. 첫 맛은 일반 두부와 비슷했으나 천천히 씹으니 벨벳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연두부는 분명히 아니다. 두부의 묵직함이 느껴지면서 마치 아이스크림 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너무나도 고운 두부의 입자 때문에 깜짝 놀랐다.
볶은 김치와 버섯, 고기 말이는 당연히 맛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부공장'이 당신의 집 근처에 있었다면 당신은 자신이 두세권에 살고 있음을 자랑했겠지만, 아니라도 비슷한 음식을 만날 수 있을 가게가 당신의 근처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장장님이 개발하신 비지전 때문에라도 당신이 '두부공장'을 방문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뭉쳐 튀긴 부친 이 음식은, 묵직한 콩 맛과 황홀한 부드러움이 혀를 때린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끈적이지 않는 치즈크림을 튀긴듯한 느낌이다. 바삭한 겉부분과 크림처럼 촉촉한 속살로 인해 이제 내게 겉바속촉의 대명사는 이 비지전이 되었다.
내 집이 왜 두세권이 아닐까 하는 야속함과 함께, 이 평은 에디터 개인의 의견임을 밝히고, 음식이 취향에 맞다면 잊지 못할 맛집일 것이라는 말을 전한다. 안산에 들리셨다면 꼭 방문하셨으면 한다.
가게에 별도의 주차는 어렵고, 잠깐 걷는 것을 감수한다면 약 300M 거리에 공영 주차장이 있으니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에디터 춈미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54 - 남궁효은의 안산(월피동, 14년거주, 프랑스자수 강사)>,
장지에 수묵, 116.8×90.9cm, 2020
IM Cheolmin, <The subjective landscape 054>,
Indian ink on paper, 116.8×90.9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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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공장
주소: 경기 안산시 상록구 예술대학로8길 3 두부공장
운영시간: 17:00~24:00 매주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31-482-2173
메뉴 : 두부공장모듬, 비지전, 두부와김치, 해물파전, 해물김치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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