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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춈미

안산을 그리는 예술가를 찾아서, 임철민 작가 인터뷰

최종 수정일: 2022년 11월 16일

임철민 작가와의 만남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60 - 우리의 안산>, 장지에 수묵, 130.3×162.2cm, 2021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면 회화에 기반하여 시각 예술 작업을 하는 작가 임철민입니다. 우리와 세계의 관계와 형태를 크게 두 경향의 작업을 통해 어렴풋이 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도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을까요?


지금은 제 작업의 동기를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전업 작가로서 작업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단순히 ‘나를 표현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이를 표현하고 싶다는 걸 들키기는 싫어.’에서 시작했습니다. 나를 직접 들어내기에는 어려움을 느꼈지만, 환유를 통해서는 할 수 있었습니다.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45 - 터키 2>, 장지에 수묵, 91.0×116.8cm, 2019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40 - 목포 4>, 장지에 수묵, 91.0×116.8cm, 2019

‘나’의 환유는 나를 구성하는 것들-기억의 구조를 시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 그리고 이때 구성된 기억을 통해 형성됩니다.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에 있고, 이 기억으로 살아갈 것이고, 경험을 쌓기 위해 미래를 향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이에 저는 특정한 장소에서 경험을 겪고 무대인 배경을 하나의 화면에 교차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경험은 거대한 어떤 것뿐 아니라, 사소한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건은 우리의 상호작용이었고,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삶이 무대가 되는 도시와 건축물이 주요한 이미지로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19 - 목감동 1>, 장지에 수묵, 130.3×162.2cm, 2016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09 - 후쿠오카 2>, 장지에 수묵, 130.3×162.2cm, 2016

Q) 먹을 사용해서 동양화 작업을 하시는데, 어떤 점이 매력적이실까요?


제 주재료에 대한 이야기 시작하려면 제 대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는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웃기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내가 왜 동양화를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이 주요한 화두였습니다.


필드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선배들 또한 대부분 동양화 재료를 선택하지 않았고 이는 시장에서 동양화를 선호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당시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동시대의 관심을 굳이 동양화로 표현할 이유가 없었고 표현하더라도 들이는 노력 대비 효과가 적다는 효율에 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동양화 전공을 하는 우리조차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럴 거면 그냥 아크릴 쓰지’, ‘그럴 거면 그냥….’, ‘그럴 거면….’.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05 - 홍대 2>, 장지에 수묵, 122×190cm, 2013

그런데도 수묵화는 제 마음에 꽤 들었기 때문에 이 재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동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수묵화를 한다.’라는 이유는 멋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전공과가 아닌 동 대학에 설치된 다른 실기 과에서 졸업학점을 채웠습니다. 이 기간 동안 크게 네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법.

-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알맞은 재료를 선정하는 것.

- 같은 목표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접근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것.

- 재료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임철민,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장지에 수묵, 70.0×140.0cm, 2020

임철민, <계(System) 3>, 장지에 수묵, 97.0×193.9cm, 2022

비로소 저는 수묵화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묵화라는 재료를 내 맘대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은 것입니다.


장황했습니다. 드디어 질문에 답변드릴 수 있겠습니다. 수묵화는 수용성 재료의 특징을 가지면서 바탕에 고착되는 것을 신뢰할 수 있고, 약 1,000여 년 동안 사용되어 검증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그린다’라고 표현하기보단 ‘물든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수묵화가 가지는 특유의 표현방식은 이 ‘수묵 선염법’이라는 재료의 특징에서 시작한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수묵화를 선택한 이유는 표현의 방식이 제가 이야기하는 경험과 기억이 우리에게 물들고 스미는 과정과 유사하고 다른 재료와 명확히 구분되는 특별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묵화 작업을 하면서 왜 동양에서 수묵을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사용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재료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것의 특징을 살리고자 노력할수록 동양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동양에서 긴 시간 동안 큰 변화 없이 수묵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수묵화의 표현방식이 우리의 사유와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25 - 경복궁 1>, 장지에 수묵, 91.0×116.8cm, 2017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05 - 제주 4>, 장지에 수묵, 130.3×162.2cm, 2016


Q) 작가님께서 안산에서 했던 작업이나 전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2020년에 안산을 주제로 한 풍경화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당시 확산하던 COVID-19로 인해 여행을 주제로 전개하던 작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웠기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고, 제 작업이 지역적인 특색을 띠니 이를 살려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실이 있던 안산을 기반으로 나와 그곳의 구성원에게 집중한 풍경화 작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51 - 안산 1>, 장지에 수묵, 116.8×90.9cm, 2020

안산에 거주하시는 시민분들을 수소문하여 6분을 선정하였고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안산을 기반으로 어떻게 사는지 물었습니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안산 어디에서 사시는지, 장은 어디로 보러 가시는지, 가족과 함께 방문하시는 단골 식당은 어디인지 등이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장소를 직접 방문하여 이야기의 무대를 수집하고 안산의 작업실에 돌아와 그들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저의 안산 풍경도 있고, 그들의 안산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합일의 기쁨’이라고 이름 붙인 생소한 감정 또한 경험하게 됩니다.


임철민, <주관적인 풍경 055 - 박인아의 안산 (월피동, 40여년 거주, 공방 운영)>, 장지에 수묵, 116.8×90.9cm, 2020

전시전경, <초대거부 -part 2> - 단원미술관, 2020

전시전경, <초대거부 -part 2> - 단원미술관, 2020

전시전경, <초대거부 -part 2> - 단원미술관, 2020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풍경화를 안산의 단원미술관(지금은 김흥도미술관)에서 진행한 <초대거부 - part2> 에서 공개했습니다. 작업을 위해 지역에서 수행한 리서치와 이를 다시 지역의 전시장에서 지역민들께 선보이는 것이 저에게 중요하다고 느껴졌어요.


저와 인터뷰를 진행하신 당사자이자 그림의 주인공이신 한 분께서 전시장을 방문하시고 남겨 주신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산 토박이로서 본인이 다니던 학교, 나고 자란 곳, 자신이 다니던 길 위에 세워져 자제분들이 다닌 학교, 산책로가 교차하는 풍경이 그려진 것을 본 것이 큰 선물이라 하셨습니다.


전시전경, <대부하우스 - 창작의시간> - 선감어촌체험마을, 2021

하나 더 생각나는 전시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두 가지 경향의 작업 중 ‘어두운 풍경’ 시리즈를 대부도, 제 작업실 근처의 ‘선감어촌마을’의 유휴공간인 비닐하우스에서 <대부하우스 - 창작의 시간> 이라는 이름의 단체전으로 전시했었습니다. 선감어촌마을은 최근 관광자원으로 마을을 꾸리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활기를 많이 잃었습니다.


임철민, <계(System) 2>, 장지에 수묵, 70.0×140.0cm, 2021

이런 상황과 맞물려 같이 작업실을 사용하는 작가분들과 함께 전시를 진행했었고, 일반적인 번화가 근처의 화이트큐브에서 진행하는 전시가 아니라 전시장을 방문한 적 없거나 기회가 없던 주민분들께 찾아가는 전시였습니다. 전시의 오프닝 리셉션이 동네잔치였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분들께서 준비한 음식을 내어놓으시고, 가스버너를 켜고 오뎅탕을 끓이셨고 동네 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뛰어다니는 분위기는 무척 생소했습니다.


임철민, <섬 1>, 장지에 수묵, 140.0×70.0cm, 2021
임철민, <그것>, 장지에 수묵, 140.0×70.0cm, 2021

이 전시에서 동시대의 예술가가 가져야 하는 역할이 무엇, 인지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작가 개인으로도 그간 가지고 있던 고민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풍경’ 시리즈를 거의 처음으로 다른 작가분들께 선보였고, 진심이 담긴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계획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크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어요.


인터뷰 리서치 장면, <자문밖 문화축제> - 토탈미술관, 2022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는 사실 제 작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기반을 만들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는 바가 있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확신 또한 떠오릅니다.


앞으로는 더욱 과감하게 제 관심사와 주제를 전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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